2016년 4월 14일 목요일

빛, 공간과 도시 작품 메이크 - A.DAT 인터렉티브 미디어 아트 작가그룹 2회 전시

이 글은 A.DAT 인터렉티브 미디어 아트 작가 그룹을 통해 참가한 '빛, 공간과 도시' 작품 메이크 및 전시(2016.1) 과정에 대해 정리한 글입니다.


1. 작품 구상
평소 건축과 도시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관계로, 이에 대한 인터렉티브한 작품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아울러, 도시란 이미지에 맞는 파빌리온을 파라메트릭하게 디자인해서, 그 과정도 전시에 포함시켜보고 싶었죠.

도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고, 공간은 최초 빛으로 생겨났으니, 작품 제목은 '빛, 공간과 도시'로 정했습니다.

이 작품 역시, 작년처럼, 가족이 참여하는 작품으로 결정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릴때 부터 좀 더 다양한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에, 작품 제작과정 전체에 아이가 참여하여 도움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상당히 노가다 지향적인 작품 컨셉이라, 가족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완성되기 어려웠던 작품이었습니다 (선우야 고마워^^).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도시는 부드러운 등고선 형태로 드러나게 디자인하였습니다.

작품 아이디어 스케치

공간은 어떻게 할지 고민이었습니다. 공간은 사실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텅 비어있죠. 하지만, 우리는 공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양한 감각을 통해 말이죠. 바람, 빛, 공간의 흔들림 같은 것으로 말이죠. 이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라고 고민하다, 모빌이 생각났습니다. 모빌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것입니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 소리나기도 하며, 빛이 반사되어 아름답게 보이기도 합니다. 공간을 간접적으로 느끼기에 충분한 소재입니다.

이제 빛만 있으면 됩니다. 빛은 전시실 천장에서 바닥으로 프로젝션 맵핑하기로 하였습니다. 프로젝션 맵핑 소스가 다양하게 변하면서, 모빌과 도시에 투영됩니다. 다양한 모습의 도시를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2. 작품 제작 과정
등고선은 라이노 그래스호퍼를 이용하면 되겠죠. 이를 이용하면, 손쉽게 다양한 디자인 대안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디자인된 도시 파빌리온은 2차원 DXF파일로 저장되어, 레이저 커터기로 직행합니다. 레이저 커터기를 통과한 도시 파빌리온은 선우의 손을 통해, 가지런히 정리되어 수직층으로 연결되죠. 이 과정에서 많은 노가다 작업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오랜 기간동안 사용되던 무한상상실의 레이저 커터기가 뻗어버려, 커팅된 파빌리온 패널들이 못쓰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패널 뽑고, 맞추고 하는 일을 무한반복...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ㅎ

도시 파빌리온 패널 파트(레이저 커팅)

이제, 파빌리온의 등고선 패널 사이에 넣을 기둥이 필요합니다. 파빌리온이 3개고, 하나의 파빌리온은 평균적으로 13개 정도 등고선 패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등고선 사이에 최소 4개의 기둥이 필요하고, 5T짜리 MDF로 15T 기둥을 만들려면, 기둥을 구성하는 패널 갯수는

3 x (13 - 1) x 4 x 3 = 432

헐.. 이걸 서로 붙여야 합니다. 전시를 포기할까 잠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는 것보다 가족의 힘을 빌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딸 선우와 와이프의 손까지 빌려, 전체 144개 기둥을 완성했습니다. 밤새서 말입니다. 파빌리온 아이디어가 무한 반복 노가다의 시작이었네요. 헐

파빌리온 컬럼 파트

아울러, 도시 지도를 레이저로 그려서, 프로젝션으로 비춰주기로 하였습니다.

도시 맵(5T MDF. 레이저 커팅)

천장 모빌은 라이노로 디자인하여, 레이저 커터기의 도움을 받아, 130개의 패널을 뽑아 내었습니다. 130개의 모빌에는 위아래 모빌과 실을 연결하기 위한 2개의 구멍이 나 있습니다. 실로 모빌을 나란히 연결하면 예쁘겠죠.^^ 상상만 해도 흐믓합니다.

공간 모빌(5T 불투명 아크릴)

하지만, 그 전에 모빌을 실로 연결해야 합니다. 모빌은 4개의 파이프에 연결되어 있는 형태입니다. 하나의 파이프에는 6개의 구멍이 나있습니다. 하나의 파이프 구멍에 연결되는 모빌은 평균적으로 5개입니다.

한번 계산해 보니 연결해야 할 실의 갯수가
(6 x (5 - 1) * 2) * 4 = 192개
이네요.

하나의 모빌을 실로 연결할 때 시간을 대략 60초로 잡으면, 쉬지 않고 연결했을 때 대략 3시간 걸리는 작업입니다. 게다가, 모빌이 가변적인 형태라, 실의 길이가 일정하지도 않습니다.
실제로 선우에게 시켜보니, 하루 종일 걸렸습니다. 쉽지 않네요..

공간 모빌 작업

이제 파이프를 제작해 연결해야 합니다. 파이프에 드릴로 구멍을 만든 후, 모빌을 철사로 연결합니다. 철사의 끝은 구부려서, 서보모터와 연결하도록 하였습니다. 서보모터는 아두이노를 통해 제어하여, 모빌이 움직이도록 하였죠. 일반 철사는 잘 끊어지고, 제대로 모양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공예에 많이 사용하는 굵은 알류미늄 철사를 사용하였습니다.

이제, 관객들에게 반응하는 작품이 되도록, 키넥트를 사용합니다 .키넥트는 정말 싸고 좋은 센서입니다. 물체의 거리를 감지할 수 있죠. 이 작품에서는 사람이 그 대상입니다. 관객이 작품을 다가가는 거리에 따라, 모빌에 연결하 서보모터에 명령을 주어, 회전하도록 하려 합니다. 다음은 이와 관련된 알고리즘입니다.

distance = kinect.getDistance();
if(distance < 3.0)       // 3.0 meter
{
   rotateMobile(1, 90) // 1번째 모빌을 90도 각도로 회전
   rotateMobile(2, 90) // 2번째 모빌을 90도 각도로 회전
   rotateMobile(3, 90) // 3번째 모빌을 90도 각도로 회전
}
else if(distance < 5.0)
{
   rotateMobile(1, 90) // 1번째 모빌을 90도 각도로 회전
   rotateMobile(2, 90) // 2번째 모빌을 90도 각도로 회전
}
else if(distance < 7.0)
{
   rotateMobile(1, 90) // 1번째 모빌을 90도 각도로 회전
}
else
{
   rotateMobile(1, 0) // 1번째 모빌을 0도 각도로 회전
   rotateMobile(2, 0) // 2번째 모빌을 0도 각도로 회전
   rotateMobile(3, 0) // 3번째 모빌을 0도 각도로 회전
}

이 코드는 프로세싱에서 동작됩니다. 서보모터와 연결된 아두이노에게 시리얼 포트로 명령을 전달해 줍니다. 실제 코드는 이 정도로 매우 간단합니다.

이제, 프로젝션 맵핑을 해야 합니다. 프로젝션 맵핑의 위치는 바닥에 설치된 도시지도에 맞게, VPT로 조정해 줍니다.

VPT 프로젝션 맵핑 도구(주 - 무료라 좋습니다)

키넥트에서 얻은 관객들의 모습은 3차원적인 점들의 집합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점들을 프로세싱을 통해, 가공하여, 모빌과 도시에 빛으로 쏘아 줍니다. 그럼, 관객들은 모빌과 도시에 비춰진 자신들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즉, 공간에 녹아들어간 자신들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죠.

완성된 도시 파빌리온(관객의 모습이 빛으로 매핑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빌은 천장에 설치되어야 합니다. 전시실의 천장은 매우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 사다리로 혼자 그 무거운 모빌을 가지고 작업하다가는 떨어져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딸과 함께 만든 작품을 설치하다가 아빠가 사망해버리면, 딸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던 좋은 추억과 경험은 생각하기 싫은 괴로운 추억이 되어 버릴 것입니다. 딸을 슬프게 할 수는 없는 일이죠.

돈은 써야할 때가 있습니다. 프로젝터도 매달아야 하니, 이것도 함께 설치해 줄 분을 메이커 페어하면서 알게된 분에게 부탁해 보았습니다. 시장가는 대략 20만원... 이 정도 수준에서 파이프 가공까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제 전시실에 설치하고, 작품을 캘리브레이션해야 합니다. 작품 캘리브레이션은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센서의 감도, 작품 동작 범위 등을 모두 전시장 환경에 맞게 조정해야 합니다.

작품 전시실 현장 캘리브레이션 모습

3. 전시장 예약
이번 전시는 한전아트센터에서 하였습니다. 작년에 전시했던 유로 아트 센터는 관장님이 교수님이 되어 떠나버리시면서, 대관 가격이 5배 급등했습니다. 비상이었죠. 모두가 인지도있으면서, 싸고, 공간 넓고, 시설좋은 A급 전시장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한 미션이었습니다.
한전아트센터는 그런 면에서 우리에겐 더할나위 없는 곳이었죠. 큐레이터님이 우리 전시 제안서를 잘 보아주셔서 연말 전시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간도 넉넉, 시설도 최상, 위치도 좋았고, 더욱이 방학때라 학생들도 보러 오기 좋은 최상의 조건에서 계약했습니다.

한전 아트센터

4. 작품 전시
사실, 전시 전까지는 밥을 먹어도 작품 생각, 꿈을 꿔도 작품 생각, 쉴때도 작품 생각 뿐입니다. 이구동성, 다음에는 작품 전시 하지 말자는 말이 나올만큼 고생이었죠. 사실 우리에게 작품 제작부터 전시까지 주어진 시작은 한달 반밖에 없었습니다. 다들 직딩인데 시간이 날 리가 없죠. 북유럽국가는 5시면 퇴근이지만, 우리는 10시에 집으로 퇴근할 수 있는 대한민국 직딩입니다. 주말에 작업할 수밖에 없으니, 모두 밤샘작업을 하는 등 무리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설치는 하루 반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전시실 스탭분도 퇴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6시 전에 설치를 끝마쳐야 합니다. 설치는 피말리는 작업입니다. 작업실에서는 동작이 잘되던 작품이 전시실에선 여지없이 머피의 법칙이 적용됩니다.T.T 그래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합니다. 전시장 공간이 너무 크다 보니 과반수 이상 작가들이 천장설치 작품을 들고 나왔습니다. 천장에 설치된 작품이 전시기간중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큰일입니다. 관객들이 다칠수도 있으니깐요...

모두들 잉여력 쩌는 작품을 단단히 매달아 놓습니다.


하지만, 오프닝 파티를 하고, 작품이 제대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언제 힘들었냐는 듯이 다음 전시는 어떻게 할까에 대해 즐겁게 수다를 떨고 있습니다.


헐.. 이건 다들 건망증이 심한 겁니다. 전시를 한다고 밥이나오거나, 하지 않습니다. 직딩들의 창작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해 줄 뿐입니다. 먹고살기도 척박한 대한민국에서 말이죠. 하지만, 열심히 만든 작품이 제대로 동작되고, 관객들이 보고 즐거워 해준다면, 충분히 보상받는다고 생각하는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죠.





마지막 파티를 하고, 한전아트센터 큐레이터 분을 모시고, 고마운 말씀을 들었습니다. 스스로 무엇을 했는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마음속에는 다들 뿌듯한 무언가가 느껴졌겠죠. 제 아이에게도 이런 뿌듯함이 인생에서 문제에 부딪힐 때, 이겨나가는 힘이 되길 바랍니다.



5. 마무리
아이가 아이디어를 캐드로 디자인할 수 있다던가, 전자부품을 연결하고, 간단한 코딩을 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품의 완성 과정을 보고, 전시를 통해 동작하는 작품을 통해 느끼는 뿌듯함이야 말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일 겁니다. 메이크 과정은 입시경쟁으로 매일 학원을 다니고, 밤 10시까지 숙제를 해야 하야 하는 아이에게는 금방 잊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빠와 함께 한 과정, 그리고 전시를 통해 느낀 뿌듯함은 평생 가슴에 남을 것입니다.


작품을 만들고 전시하는 과정은 영혼을 깃들게 하는 의식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영혼이 깃드는 것이죠. 이러한 과정 속에서 나의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아이와 함께 작업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아이와 함께 다음 작품을 구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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